인류의 행동 양상 중에서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신경을 쓰거나 머리를 쓰거나 인상을 쓴다와
유사한 말들처럼 사건의 발단 직전에 드러나지 않는 불특정한 시공간을 구색에 맞게 조정하면서 도달하기
위한 생각을 나타내는 집중의 시간과도 같을 것이다.
이 밖에도 시간을 쓰거나 대체할 것을 써보자는 약속들은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사회 내에서 수행해야 할 과제 같은 것이겠다.
끄적이며 긁적이는 긋기와 그리기의 행위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펜으로 쓰이는 유목(流木:Driftwood)는 장마의 시작과 동시에 태풍의 영향으로
인해 해안가에서 많이 목격된다. 도시를 한번 휩쓸고
나면 유실물로 보이는 생활 폐기물들이 한데 뒤섞이기도 한다.
마치 생명체의 뼛조각처럼 보이기도 하는 유목을 채집하면서 삶과 죽음의 순환고리를 느끼기도 한다. 펜으로 만든 것은 단순한 도구 이상으로 풀어내야 할 상징이
방대한 오브제이기도 하다. 펜이 칼보다 강하기 때문에 수반되는 두려움과 공포의 상징들은 어쩌면 인류가
지닌 가장 위대하고도 무분별한 능력이지 않나 싶은
순간도 종종 떠오른다. 다시 최초의 지능을 얻게 된다면
나는 현시간 무엇을 어떻게 쓸지 다시 고민해 보게 된다.
1. 무수히 많은 공산품들 속에 결핍되어 있는 도구의
취득사유를 진단하기 위해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펜을 만듭니다.
2. 디지털기기의 발달로 인해 생략된 “쓰기”를 통해
인간의 행동 속 과정들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3. 유목이 담고 있는 지식체계를 구축하고자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프로젝트로 구상합니다.
4. 어느 날 갑자기 이 프로젝트 들은 종료될 수 있기 때문에 끊이지 않고 기록하고 정리합니다.